사례 1.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자폐증, 그러나 한 아버지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자폐증 아들을 현실의 세계로 한발 끌어냈다. 초등학교 2학년 생 L군(8). 여섯 살이 되도록 엄마-아빠를 알아 보지도 못하고 사람과 눈을 낮추지 않았다. 어쩌다 내 뱉는 말이라야 “물 줘”가 전부 였던 L군이 요즘은 사진기를 들이대면 “치즈!”라며 포즈를 잡고 부모에게 어리광부리며 매달린다. 가게에 심부름도 가는 L군이 언뜻 보아서는 자폐 증상이 있는지 조차 보기 힘들 정도다. 아버지 O씨(39)씨는 97년 7월 10년 넘게 일해온 직장에 사표를 냈다. 심한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들 L군을 돌보기 위해서 였다. 아내 K씨가 아이에게 매달려 병원으로 언어치료 클리닉으로 정성 들여 데리고 다니며 하는 대로 다 해봤지만 차도가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이미 1년 미루고 있던 터였지요. 마지막 베팅을 한겁니다.” 24시간 아이와 지내며 O씨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몇 년 전 무슨 일이 있던 날짜와 그날 반찬 종류를 줄줄 외고 동화책 내용은 이해 못해도 그림은 사진 찍은 듯 기억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폐아의 주요한 특징이 ‘시각 우선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시각적 자극에 빠져 있기 때문에 오감(五感)의 균형이 깨어져 있고, 정상적으로 감정을 작동시켜 세상을 배워나갈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O씨는 일단 아이에게 ‘마음’과 ‘느낌’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 했다. “싫다”는 것을 가르치기로 했다. 아이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싫어하는 오이를 강제로 먹이기 수십 차례, 그렇게 서너 달을 지나서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원망스레 쳐다보는 것을 보고 그는 “이제 됐다”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과를 가르칠 때는 직접 먹어보게 하고 “깜짝 놀라 쓰러졌다”는 느낌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 십번씩 넘어져 보였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어갈 때까지 동화책 읽어주기, 공놀이, 질문하기 등으로 쉬지 않고 노력을 한지 1년, 드디어 L군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에 표정이 생기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요즘도 L군은 30%는 현실에 있고 70%는 시작 세계에 있다”고 O씨는 전했다. 사회성이나 판단력을 길러야 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절망에 빠져 있는 자폐아 부모에게 적어도 이만큼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함께 더 좋은 치료 방법을 찾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O씨는 L군과 함께 한 경험을 담아 ‘자폐아 아버지’를 출판했다. “자폐아에게 마음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에게 짐처럼 맡겨 놓는 일이 많은데 아빠가 함께 교육과 치료에 참여하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수유리에  찻집을 꾸려가고 있는 O씨는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만족한다고 했다(조선일보, 9월 29일,1999).